감정 조절의 어려움,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닙니다
정서 및 행동장애는 단순히 ‘성격이 예민하다’ 거나, ‘말을 안 듣는다’는 수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감정 조절, 자기 통제,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있어서 뇌 기능적, 심리학적 어려움을 동반하는 임상적 문제이며, 학습과 사회적 적응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애입니다.
작업치료, 특수교육, 심리상담, 정신건강 영역에서 ‘정서 및 행동장애’를 정확히 이해하고 지원하려면 그 정의와 분류 체계를 명확히 아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1. 정서 및 행동장애란 무엇인가요?
정서 및 행동장애(Emotional and Behavioral Disorders, EBD)는 정상적인 범위에서 벗어난 정서 반응 및 행동 양상을 지속적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자기 자신, 타인, 사회적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상태를 말합니다.
📌 일반적인 특징
- 극단적인 불안, 우울, 분노 등의 감정 조절 어려움
- 또래 관계 형성에 실패하거나 타인을 공격함
- 수업 집중력 저하, 충동적인 문제 행동
- 자해, 위축, 거부, 반항 등의 반복적 행동
- 일상생활이나 학업 수행에 기능 손상 동반
정서장애와 행동장애는 분리되기도 하지만, 대개는 동시에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통합 개념으로 ‘정서 및 행동장애’라 지칭합니다.
2. DSM-5 기준에서 본 정서·행동장애의 분류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 제5판)에서는 정서 및 행동장애를 다음과 같은 진단군으로 분류합니다.
📌 주요 관련 장애 유형
-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DHD)
- 반항성장애 (ODD)
- 품행장애 (Conduct Disorder)
- 불안장애군 (Separation Anxiety, GAD 등)
- 우울장애군 (Major Depression, Persistent Depression)
- 양극성 장애 (조울증)
- 분리불안장애 및 공포증군
- 기분조절곤란장애 (DMDD)
- 자폐스펙트럼장애 중 정서·행동 특성이 두드러지는 경우
📌 진단 기준 공통 요소
- 특정 행동/감정 양상이 6개월 이상 지속
- 발달 수준에 비해 과도한 반응
- 사회적, 학업적 기능 손상 초래
- 다른 의학적 원인(지적장애, 자폐, 언어장애 등) 배제
📌 DSM-5는 의학적 진단 중심이며, 학교나 교육기관에서는 보다 실용적인 분류 방식이 함께 사용됩니다.
3. 교육 및 특수교육 현장에서의 분류 체계
학교에서는 DSM 대신 특수교육법 기준 또는 학교심리학 분류를 바탕으로 정서 및 행동장애를 다음과 같이 나누어 접근합니다:
1) 내재화 장애 (Internalizing disorders)
- 감정이 내면으로 향함
- 불안, 우울, 위축, 자해 등
- 눈에 띄지 않아 ‘조용한 문제행동’으로 불리기도 함
2) 외현화 장애 (Externalizing disorders)
- 공격성, 분노, 반항, 파괴적 행동
- 수업 방해, 친구 폭행, 규칙 위반 등
- 눈에 잘 띄며 행동중재 프로그램 필요
3) 사회적 관계장애형
- 친구와 상호작용 어려움
- 또래와 갈등 지속, 왕따 가해·피해
- 자폐스펙트럼 경계선 아동 포함 가능
📌 실제 학교에서는 이 세 유형을 기준으로 개별화교육계획(IEP), 상담 개입, 행동중재 계획을 세웁니다.
4. 사례로 보는 분류 이해
| 친구가 한마디 했다고 심하게 분노 폭발, 교실에서 물건 던짐 | 외현화 | 충동 조절 미숙, 공격성 |
| 수업 시간 내내 말없이 앉아 있음, 질문해도 대답 안 함 | 내재화 | 위축성 우울 경향, 불안 |
|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고 반복적 동작, 사회적 신호 해석 어려움 | 사회적 관계장애형 | 자폐 경계 수준 혹은 ADHD + 정서 문제 |
정서 및 행동장애는 **단순한 문제행동이 아닌 ‘기능 손상이 동반된 임상적 상태’**로 보아야 하며,
아동의 발달 단계, 환경, 기질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5. 작업치료와 개입의 방향은?
작업치료사는 정서 및 행동장애 아동에게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개입합니다:
- 감각조절훈련: 과민감/저반응 아동의 감각 통합 개선
- 감정표현 훈련: 감정카드, 역할극 등을 활용해 감정 인식 향상
- 사회성 훈련: 또래 모방, 협동놀이, 규칙 따르기 훈련
- 일상생활 루틴 형성: 시간 계획, 자기 관리 전략 교육
- 환경조절 전략: 조용한 공간, 전환시간 구조화 등
📌 작업치료는 행동의 결과만이 아닌 감각·운동·정서의 기초기능을 함께 바라보기 때문에 정서 및 행동장애 아동에게 비약물적,
실천 중심의 효과적인 개입이 가능합니다.
6. 문제행동이 아닌 ‘신호’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정서 및 행동장애는 아이의 인성과 도덕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뇌의 조절 능력, 감정 인식력, 자기 조절력의 발달 지연 또는 왜곡이며, 적절한 진단과 지원이 있다면 충분히 개선 가능합니다.
단순한 문제행동으로 보지 말고, 신호를 읽어주는 전문가적 시선과 따뜻한 개입의 손길이 정서 및 행동장애 아동의 삶을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