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는 각각 독립적인 신경발달장애로 분류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두 장애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이러한 공존은 진단과 치료 모두를 복잡하게 만들며, 부모와 치료 전문가에게 높은 수준의 이해와 전략적 접근을 요구합니다.
본 글에서는 자폐와 ADHD의 공존이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어떻게 진단되고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실제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자폐와 ADHD의 경계, 공존이라는 현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는 그 자체로도 발달과 행동, 학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신경발달장애입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두 장애가 동시에 진단되는 '공존적 상태'는 전체 자폐 진단 사례 중 약 30~50%에서 나타날 만큼 매우 높은 빈도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DSM-IV 시절에는 자폐와 ADHD를 동시에 진단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에 비해, DSM-5 이후로는 공식적으로 공존 진단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더 많은 사례가 관찰되고 있습니다. 자폐 아동이 동시에 ADHD를 보일 경우, 두 장애의 핵심 증상들이 서로 중첩되거나 상호 강화되는 경향이 있어 진단이 어렵고, 치료 과정도 복잡해집니다. 예를 들어, 자폐의 대표적 특징인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함은 ADHD의 주의 산만 및 충동성과 겹쳐서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아동의 문제 행동을 정확히 어떤 요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또한 감각처리 문제, 언어 지연, 자기 조절 부족 등 다양한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단일 장애에만 초점을 맞춘 치료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더 나아가, 부모 입장에서도 ‘우리 아이가 자폐인지 ADHD인지 모르겠다’는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폐 아동이 반복행동과 고집스러운 일과를 고수하는 경향을 보일 때, 이는 ADHD에서 나타나는 충동적 행동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자폐 아동이 특정 관심사에 몰입하는 모습은 ADHD의 과잉 집중과도 유사하게 보일 수 있어 진단이 모호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공존적 진단이 늘어나면서 임상에서는 보다 세분화된 진단 도구와 전문가의 종합적 관찰이 요구되고 있으며, 치료 역시 두 장애의 특성을 모두 반영한 다중 전략이 필요합니다. 서론에서는 이처럼 자폐와 ADHD가 공존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배경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진단·치료상의 복잡성을 짚고자 합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한 다각적 평가와 치료 접근
자폐와 ADHD의 공존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단일 평가 도구에 의존하지 않고, 종합적인 다중 평가가 이뤄져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자폐 진단에는 ADOS-2(자폐 진단 관찰 척도), ADI-R(자폐 진단 면담 도구) 등의 표준화된 진단 도구가 사용되며, ADHD의 경우에는 K-ARS(한국형 ADHD 평정척도), Conners 척도 등이 활용됩니다. 그러나 이들 도구만으로는 공존 상태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실제 관찰, 부모 보고, 교사 평가, 발달 이력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자폐와 ADHD가 함께 있는 아동은 단순히 두 장애의 증상이 혼합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상호 강화되어 문제 행동의 강도와 빈도가 더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자폐로 인해 사회적 단서 이해가 어렵고, 동시에 ADHD로 인한 충동성까지 있다면, 아동은 친구 관계에서 지속적인 갈등을 겪게 됩니다. 이 경우 단순히 ‘사회성 향상’ 훈련이나 ‘주의력 훈련’만으로는 효과가 없고, 두 측면을 동시에 다루는 통합적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치료 측면에서도 약물 치료와 행동 중재가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ADHD의 충동성과 과잉행동에는 메틸페니데이트 계열의 약물이 효과를 보이지만, 자폐 아동은 이러한 약물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저용량에서 시작하는 신중한 투여가 필요합니다. 또한, 약물이 사회적 기술이나 감각 과민성 등 자폐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작업치료,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등 비약물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치료사는 공존 증상을 보이는 아동의 강점에 집중한 개별화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동은 시각적 자료에 반응을 잘 보이는 반면, 또 다른 아동은 신체 활동 중심의 접근에서 더 큰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치료 전략은 장애명을 기준으로 하기보다, 아동 개별의 행동 패턴, 환경 반응, 인지 수준 등을 면밀히 분석해 적용되어야 하며, 이는 부모, 교사, 치료사 간의 긴밀한 소통과 피드백을 통해 실현될 수 있습니다. 본론에서는 이러한 진단 도구, 치료 전략, 환경 조정, 교육적 접근 등의 실제 적용 방안을 통해 자폐+ADHD 공존 아동이 일상생활에서 더 높은 기능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실천적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공존 장애에 대한 이해가 새로운 치료의 시작점
자폐와 ADHD의 공존은 더 이상 드문 사례가 아닙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이 두 장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아동의 정서, 사회성, 학습, 행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보다 정교한 이해와 접근이 필요해졌습니다. 단순히 자폐 아동 중 일부가 산만하거나 충동적인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ADHD 진단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며, 그 반대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정한 치료는 진단의 정확성에서 시작됩니다. 진단이 명확해야 치료 목표가 세워지고, 중재의 우선순위가 정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공존 장애는 단지 증상을 두 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증상 군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의 행동 특성에 맞는 개별화된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향후에는 공존 장애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확대되고, 이를 반영한 평가도구 및 치료 프로그램이 보다 세분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학교 및 지역 사회 차원에서 자폐+ADHD 공존 아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과 훈련이 진행되어야 하며, 부모와 교사 모두가 이들의 어려움을 단지 '문제 행동'으로 바라보지 않고, 발달적인 특성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결국 공존 장애는 복잡하지만, 치료의 기회는 오히려 더 넓을 수 있습니다. 자폐의 구조화된 사고와 ADHD의 창의성이 함께 작용할 때, 아이는 독특한 시각과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가능성을 확장시켜 줄 수 있는 이해와 시스템을 준비해야 하며, 그것이 진정한 발달 지원의 시작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