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방영된 JTBC 의학 드라마《신드롬》은 뇌수술을 중심으로 한 신경외과 의학 드라마로, 인간의 의식과 생명, 그리고 의료윤리의 경계를 치열하게 탐구한 작품이다. 제목 ‘신드롬’은 단순히 질병의 의미를 넘어, 인간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려 할 때 나타나는 욕망과 오만의 ‘현상’을 상징한다. 이 드라마는 ‘생명을 살리는 의사’라는 이상적인 가치 뒤에 숨은 권력, 명예, 윤리의 충돌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특히 뇌를 다루는 의사들의 세계는 ‘인간의 사고를 통제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생명을 살리는 손이 동시에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 그리고 ‘완벽한 의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녹아 있다.《신드롬》은 단순한 병원 배경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의료 기술이 발전할수록 깊어지는 인간의 오만과 윤리적 딜레마를 섬세하게 다룬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의 내면을 통해 ‘의학은 과연 인간을 어디까지 구원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주요 줄거리
천재 신경외과 의사 차태진(한상진)은 냉정하고 완벽주의적인 인물로, 병원의 권력 구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존심을 지닌다. 그는 뛰어난 수술 실력으로 유명하지만, 인간적인 온기보다는 결과와 완벽을 중시하는 의사이다. 반면 이혜조(한혜진)는 환자의 마음을 먼저 보는 따뜻한 의사로, 의학보다 ‘사람’을 우선시한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성향이지만, 생명을 다루는 같은 길 위에서 부딪히며 성장해간다. 그러나 어느 날, 병원의 수장인 차요섭 교수(조재현)가 뇌종양으로 쓰러지며 상황이 급변한다. 그는 병원의 절대 권력이자, 동시에 태진의 아버지였다. 차요섭은 뇌수술 도중 합병증으로 인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고, 그를 살리려는 의료진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시작된다. 태진은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금지된 실험적 시술을 감행하려 하고, 혜조는 의학의 한계를 인정하며 자연의 순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과정에서 의료진은 ‘의학의 윤리’와 ‘인간의 감정’ 사이에서 갈라선다. 병원은 생명을 살리는 공간이자, 권력과 욕망이 충돌하는 전장이 되어버린다. 동시에 드라마는 환자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뇌의 비밀’을 탐구한다. 사고 후 기억이 사라진 환자, 뇌 손상으로 인격이 변한 사람, 그리고 생존했지만 더 이상 자신이 아닌 존재로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는 생명 유지의 의미를 깊게 묻는다. 후반부로 갈수록 태진은 점점 아버지의 ‘의학적 야망’을 닮아가며, 자신도 모르게 의학의 신이 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그는 “의사는 신이 아니다”라는 혜조의 말을 무시하고, 오히려 신의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 그러나 결국 그는 뇌수술 중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생명을 통제하려 했던 자신의 오만함을 깨닫는다. 그때서야 그는 진정한 의사로서의 ‘겸허함’을 배우게 된다. “나는 사람을 살리는 게 아니라, 인간을 통제하려 했던 거야.” – 차태진
캐릭터 소개 및 매력
차태진(한상진)은 드라마의 핵심 인물로, 천재성과 오만함을 동시에 가진 인물이다. 그는 뇌를 다루는 의사로서 ‘신의 기술’을 갖고 싶어 하지만, 그 욕망이 자신을 파멸로 이끈다. 태진의 서사는 결국 ‘의사도 인간이다’라는 결론으로 향하며, 과학과 윤리 사이의 균형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혜조(한혜진)는 이상적인 의료인으로, 인간의 존엄을 중시한다. 그녀는 생명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생명이 ‘어떻게 살아가느냐’ 또한 중요하다고 믿는다. 태진과 대립하면서도 그를 변화시키는 유일한 존재이며,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차요섭(조재현)은 의료 권력의 상징이자, ‘신의 자리에 선 인간’의 표상이다. 그는 뛰어난 실력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결국 자신의 병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다. 그가 남긴 메시지는 명확하다 — “의사는 신이 아니라, 인간을 돕는 인간일 뿐이다.” 이 외에도 각기 다른 가치관을 가진 전공의, 간호사, 연구원들이 등장하여 의학의 복잡한 세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의 대화와 선택 속에서 ‘의료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난다.
명장면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차요섭 교수의 수술 장면이다. 뇌수술 중 합병증으로 생명이 위태로워지자, 아들 태진은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실험적 시술을 결단한다. 하지만 결국 수술은 실패하고, 그는 깊은 절망에 빠진다. 이 장면은 ‘의술의 한계’와 ‘인간의 무력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 다른 명장면은 이혜조가 태진에게 “당신은 사람을 고치는 게 아니라, 신이 되려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순간이다. 이 대사는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자, 의료윤리의 핵심을 꿰뚫는다. 마지막 회에서는 태진이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경력을 포기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는 비로소 완벽한 의사가 아니라, ‘진짜 의사’가 되는 길을 선택한다. 이 장면은 의학의 본질이 권력도, 명예도 아닌 ‘사람을 향한 진심’임을 일깨운다. “의학은 신의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믿음이다.” – 이혜조
결론
《신드롬》은 화려한 수술 장면이나 병원 내 경쟁을 넘어, ‘의학의 본질’을 진지하게 탐구한 드라마다. 생명을 살리는 기술 뒤에 숨어 있는 인간의 욕망과 불완전함을 통해, 의사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태진은 신이 되려 했지만 결국 인간으로 돌아왔고, 혜조는 인간의 따뜻함으로 그를 구원했다. 두 인물의 여정은 의학이 과학이 아니라, 인간의 양심과 감정이 만들어내는 예술임을 보여준다. 《신드롬》은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의 책임과 윤리를 묵직하게 그려내며, 시청자에게 묻는다. “당신이라면 어디까지 생명을 붙잡겠는가?” 그리고 그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