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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프리스트〉 리뷰 — 의학과 구마의식이 만났을 때

by 뇽블리's 2025. 11. 26.

OCN 드라마 **〈프리스트〉**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의학 드라마 + 오컬트(구마물)**을 결합한 독특한 장르다. 종교적 색채와 인간의 내면, 그리고 의학적 접근이 흥미롭게 뒤섞이며, 악령을 쫓는 신부와 환자를 살리는 의사가 ‘괴이 현상’이라는 같은 지점을 놓고 서로 다른 방향에서 문제를 풀어낸다.

특히 극 중 등장하는 구마의식 장면들은 기존 공포물을 답습하는 대신, 한국 정서에 맞춘 차분하고 밀도 높은 연출로 완성돼 ‘한국형 오컬트’의 한 갈래를 새로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피 튀기는 자극이 아닌, 심리적 공포와 인간성 탐구에 집중한 점이 특징이다.

주요 줄거리

때는 2018년. 남부가톨릭병원에서 근무 중인 **함은호(정유미)**는 뛰어난 의사이지만,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신념처럼 지닌 인물이다. 죽고 사는 문제를 오직 ‘의학적 원인’과 ‘병리학적 결과’로만 바라보는 그녀는 어떤 초자연적 요소도 믿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응급실로 들어온 한 환자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고열, 심박 변동, 강한 폭력성, 그리고 주변에 미치는 기묘한 영향들. 환자 상태가 악화되던 찰나, 갑자기 나타난 인물… 바로 비밀리에 활동하는 구마 단체 **“1348팀”**의 신부 **오수민(연우진)**이다.

오수민은 은호에게 “이건 의학 문제가 아니라 악령의 문제”라고 단언한다.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거부하던 은호였지만, 환자의 상태가 통제 불가로 치닫고, 병원 내에서 일어나는 연쇄적 사고를 겪으면서 점차 오수민의 말이 단순한 미신이 아님을 느끼기 시작한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난다.
오수민은 1348년 발생한 성당 참사 이후 악령과 인간 사이의 ‘중재자’로 세워진 일종의 비밀 조직에 속해 있는 구마사이며, 그의 조력자이자 멘토는 바로 **문기선 신부(이정혁)**다. 기선 신부는 오랜 세월 악령에 맞서 사람들의 영혼을 지켜온 인물로, 오수민은 그를 통해 신부이자 전사로 성장해 왔다.

한편, 은호는 몇 년 전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뒤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관이 완전히 바뀐 상태였다. “살릴 수 있다면 끝까지 살린다”는 의사로서의 자신을 혹독하게 단련시켜 왔지만… 악령이라는 초자연적 존재 앞에서 그 신념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죽음에는 의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 있을지도 모른다.”

악령은 병원 내부로 점점 깊숙이 스며들고,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까지 위험에 빠진다.
어떤 이는 환청을 듣기 시작하고, 어떤 이는 자신의 트라우마에 잠식되며 병원은 하나의 거대한 ‘전장’처럼 변해간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악령은 사람의 약한 틈을 파고든다’**는 점이다.
트라우마, 죄책감, 미해결 된 분노가 있는 사람일수록 악령의 기운이 쉽게 침투되어, 마치 마음속 어둠이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듯한 연출이 이어진다.

오수민과 은호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악령과 싸우지만, 결국 두 사람의 목표는 같다.
“한 사람의 생명과 영혼을 지키는 것.”

병원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은 점차 더 강력한 악의 존재를 암시하기 시작하고, 그 배후에는 수십 년 전 이 병원에서 벌어졌던 끔찍한 사건이 연결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즉, 단순한 악령이 아니라 **‘복수와 분노의 집합체’가 깃든 저주’**가 병원에 퍼져 있는 것이다.

최후의 전투를 앞두고, 오수민은 자신의 능력 이상의 강력한 존재와 맞서기 위해 신념의 위기를 맞는다. “나는 과연 악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인가?”
반대로 은호는 오히려 용기를 얻는다. 그녀는 오수민에게 말한다.

“당신은 악을 내쫓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 나는 그걸 믿어요.
그리고 나는… 당신을 살릴 겁니다.”

결국 두 사람은 병원 지하에서 벌어진 마지막 구마 의식에서 악령을 몰아내고, 병원에 평화가 돌아온다. 하지만 끝은 완전한 결말이 아니라, ‘악은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며 현실적인 여운을 남긴다.


👥 캐릭터 소개

✝️ 오수민(연우진)

  • 1348팀의 핵심 구마 사제
  • 온화하지만 악령 앞에서는 누구보다 강한 신념
  • 과거의 상처와 종교적 사명 사이에서 흔들림
  • 인간적인 고민과 성직자적 책임을 모두 짊어진 인물

👩‍⚕️ 함은호(정유미)

  • 과학으로만 세상을 이해하는 현실적인 의사
  •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가 내면 깊이 자리함
  • 악령 사건을 겪으며 ‘생명’의 또 다른 층위를 깨닫게 됨
  • 의사와 인간 사이의 성장 드라마를 보여주는 캐릭터

🕯️ 문기선 신부(이정혁)

  • 숙련된 구마사로 오수민의 스승
  • 인간과 악령의 본질을 누구보다 잘 이해
  • 극초반부터 종반까지 일관된 긴장감을 형성하는 존재

🎬 명장면 & 명대사

1) “믿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악은 존재합니다.”

오수민이 은호에게 처음 구마의 존재를 설명하는 장면.
논리적인 은호조차 침묵하게 만드는 묵직한 명대사.

2) 첫 번째 구마 의식

병실이 갑자기 얼어붙는 연출, 기괴한 환자의 몸짓,
그리고 “물러가라”라고 외치는 오수민의 떨리는 목소리가 압도적인 장면.

3) 은호의 감정 붕괴

“나는… 환자를 지켜야 해. 어떤 죽음도 허락 못 해.”
의사로서의 절규가 시청자를 울리는 명장면.

4) 최종 구마씬

병원 지하에서 촛불이 하나둘씩 꺼지고,
악령의 목소리가 병원 전체에 울려 퍼지는 긴장감의 최고조.


🧾 결론 (확장)

〈프리스트〉는 단순히 악령을 퇴치하는 공포 드라마가 아니었다.
오히려 인간 내면의 어둠, 해결되지 않은 상처, 죄책감과 슬픔을 악령이라는 외적 존재로 시각화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극의 공포는 ‘깜짝 놀람’이 아니라 ‘심리적 공포’에 더 가까웠다.

특히 오수민과 함은호라는 두 캐릭터의 대비는 이 작품의 가장 강력한 장점이다.
신앙과 과학, 영혼과 신체, 구마와 치료.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한 두 사람이 ‘생명을 구한다’는 공통된 목표로 함께 움직이며, 서로의 모순을 이해하고 성장을 이루는 과정은 깊은 감동을 준다.

OCN 특유의 어둡고 농밀한 분위기, 한국형 오컬트의 심리적 긴장감, 안정적인 연기력, 탄탄한 세계관이 합쳐져 한국 오컬트 장르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마지막 회가 완벽한 해피엔딩을 주지 않은 점도 인상적이다.
악은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인간의 내면에 다시 피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는 현실적이면서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