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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중원〉 — 조선 최초의 근대식 병원을 둘러싼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

by 뇽블리's 2025. 12. 1.

SBS 드라마〈제중원〉은 1880년대 조선을 배경으로, 조선 최초의 근대식 병원 ‘제중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의학·역사 휴먼 드라마다. 본 작품은 서양의학이 처음 도입되던 격변의 시대 속에서 의술을 배우고자 했던 젊은이들의 열정, 조선을 흔드는 정치·계급 갈등, 생명을 향한 숭고한 헌신까지 다층적으로 그린 웰메이드 시대극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의술은 곧 인술(仁術)"이라는 메시지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신분을 뛰어넘는 성장과 좌절, 그리고 의사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감동의 여정을 섬세한 연출과 묵직한 에피소드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의학 드라마이지만 단순한 의학적 묘사를 넘어서, 근대화의 파도 속에서 흔들리는 조선,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젊은 의사들, 그리고 각자의 신념으로 싸우는 사람들의 인간 군상을 깊이 있게 담아냈다.

주요 줄거리

병조 참모였던 황정(박용우)는 어릴 적부터 남다른 손재주와 관찰력을 품고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서양의학을 접하고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조선의 전통 침술이 해결하지 못하는 병을 단번에 진단하고 고쳐내는 서양의사 알렌(숀 리차드)의 모습을 직접 목격한 것이다. 그는 신분 제약과 사회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 길에서 만난 이는 천민 출신이지만 놀라운 감각을 지닌 고양봉(연정훈), 그리고 미모와 지성, 신념을 겸비한 의사 양성과정의 여의사 후보 유석란(한혜진)이었다. 세 사람은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면서도 경쟁하고, 때로는 민족의 자부심과 근대화의 필요성 사이에서 갈등하며 성장한다. 조선의 풍습과 관습에 익숙한 많은 사람들은 서양의학을 ‘이단’이라 부르며 거부했지만, 환자들은 점점 제중원으로 몰려든다. 그러나 서양의학의 발전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세력들도 있었다. 기득권 양반들과 구 의사 체계는 서양의학을 “조선의 전통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학문”으로 몰아세우며 방해했고, 정치적 갈등은 제중원 내부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 특히 고양봉은 ‘천민 출신 의사’라는 이유로 환자와 보호자에게 무시당하고, 귀족과 양반들에게 위협을 받는다. 황정 또한 가족의 반대와 조선의 혼란한 정세 속에서 갈등하지만 ‘생명을 살리는 것만이 의사의 길’이라는 신념으로 버텨낸다. 이들은 의료 기술뿐 아니라 계급·정치·문화의 장벽을 맞닥뜨리며 진정한 의사의 길이 무엇인지, 새로운 시대에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리고 나라가 혼란 속으로 떨어지고 외세가 조선을 흔들던 시기, 제중원은 단순한 병원을 넘어 조선의 근대화, 새로운 시대의 상징이 되어 간다.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고자 했던 젊은 의사들의 선택은 결국 조선의 의료를 바꾸는 위대한 시작이 된다.

캐릭터 소개 및 매력

황정(박용우)

뛰어난 손재주를 가진 조선 청년. 신분의 벽과 가족의 반대를 넘어 ‘의술은 인술’이라는 신념으로 서양의학을 배워가는 인물. 고뇌와 열정이 공존하는 서사 덕분에 감정선이 가장 입체적이다.

고양봉(연정훈)

천민 출신이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의료 감각을 가진 인물. 천민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차별을 받지만, 그는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 그의 투쟁과 성장은 제중원의 감동을 이끄는 핵심 축.

유석란(한혜진)

여성으로서, 당시 사회 구조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의사’의 길을 선택한 인물. 똑똑하고 단단하며, 시대의 상식을 부수는 개혁자의 역할을 한다. 그녀의 독립적이고 건강한 가치관은 오늘날 시청자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알렌(숀 리차드)

서양의학을 조선에 처음 전한 선교사·의사. 제중원의 설립자이자 스승. 그의 헌신은 조선 의료의 출발점이 된다.

조선의 기존 의관들, 양반계 층 인물들

새로운 세계를 거부하고 전통만을 고집하는 세력의 대표. 그들의 갈등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변화와 보수의 충돌이라는 시대적 상징이기도 하다.

 

명장면 & 명대사

1. 첫 해부 장면 – 조선을 뒤흔든 충격의 순간

서양의학 교육의 필수 과정이던 해부 실습. 조선 사람들은 이를 ‘하늘을 거스르는 일’로 여겼지만, 황정과 양봉은 떨리는 손을 잡고 해부에 참여한다. 이 장면은 조선의 근대화가 어떤 충격 속에서 시작됐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 고양봉의 절규 — “내 손으로 사람을 살리고 싶다!”

의학적 재능이 있어도 ‘천민’이라는 이유로 수술대에 설 수 없던 양봉. 그의 고통과 분노, 그리고 절박함을 담은 이 장면은 많은 시청자를 울렸다.

3. 황정의 수술 성공 장면

전통의관들이 포기한 환자를 서양식 수술로 살려내는 장면. 이 순간은 서양의학이 조선에서 인정받는 첫 번째 분기점이 된다.

 4. 유석란의 차별 극복 — “여자라서 못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규율, 시선, 제약에 가로막혀도 기죽지 않는 석란. 그녀의 대사는 시대를 바꾸려는 여성의 의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메시지로 남았다.

5. 제중원 개원식 — 새로운 시대의 출발

서양식 병원이라는 낯선 공간. 하지만 황정·양봉·석란의 눈빛에는 희망이 가득하다. 근대 조선의 첫걸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명장면.

결론

〈제중원〉은 단순히 ‘의학 드라마’가 아니다. 조선이 근대화라는 미지의 시대에 발을 들여놓던 순간, 그 중심에서 세 사람의 젊은 의사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싸우고 성장했던 역사·의학·인간 서사의 집합체다. 드라마는 의술의 발전보다 의사의 마음, ‘사람을 살린다’는 신념을 강조하며 일관되게 ‘의술은 인술’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특히 계급 차별, 성차별, 문화 충돌을 넘어 ‘누구든 환자를 살리는 의사가 될 수 있다’는 작품의 의지는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다. AI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환자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진심, 책임감은 변하지 않는다. 〈제중원〉은 그 진리를 시대극이라는 형식 속에 담아낸 특별한 작품이다. 역사가 각 사람의 선택으로 완성되듯, 제중원 역시 황정·양봉·석란 같은 평범한 이들의 용기에서 시작됐다. 그들의 첫걸음은 조선 의료의 미래를 열었고, 오늘날의 의학이 있기까지 밑거름이 되었다. 그래서 〈제중원〉은 지금 다시 보아도 깊고, 따뜻하며, 무엇보다 ‘사람다운 드라마’로 오래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