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하드라마〈구암 허준〉은 조선 시대 최고의 명의이자 ‘동의보감’의 저자로 알려진 허준(구암 허준)의 일생을 새롭게 조명한 작품이다. 이전 작품들이 허준을 영웅적·신화적 존재로 그렸다면, 이 드라마는 그의 인간적 약점과 고뇌, 그리고 의술을 향한 진정한 마음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데 집중했다. 신분 차별이 엄격했던 조선에서 ‘서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태어난 허준이 어떻게 나라의 의술을 대표하는 ‘의성(醫聖)’으로 성장했는지, 그 과정에서 겪는 차별·좌절·도전·깨달음을 세밀하게 보여주며 깊은 감동을 준다. 그의 인생 여정은 단순히 의학적 업적을 넘어 “사람을 살리는 일은 지위나 신분을 가리지 않는다” 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풍부한 한의학적 지식, 시대적 고증, 인간적인 서사, 그리고 묵직한 감정선을 담아낸 〈구암 허준〉은 ‘환자 중심의 의술’이라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숭고한 가치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주요 줄거리
허준(김주혁)은 양반 아버지와 천민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서자로, 신분적 차별에 늘 시달리며 살아왔다. 어려서부터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지만, 서자라는 이유만으로 관직 진출은 물론 인간적인 대우조차 받지 못했다. 어느 날,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환자를 돕다가 명의 유의태(배수빈)를 만나게 되고,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진다. 유의태는 허준에게 의술의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을 향한 마음’임을 가르친다. 허준은 그의 제자가 되어 의술을 배우기 시작하지만, 뛰어난 소질과 부드러운 성품 때문에 금방 두각을 드러내고, 이는 주변의 질투와 견제를 부른다. 특히 같은 스승을 둔 동문들과의 갈등이 심해지고, 허준은 ‘서자에게 의술을 맡길 수 없다’는 차별과 조롱 속에서 의사의 길을 걷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허준은 권력자나 양반이 아닌 소외된 백성들의 고통을 보며 의술의 의미를 다시 찾는다. 그는 스승의 교훈대로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며 성장하고, 마침내 스승 유의태의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얻게 된다. 유의태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허준은 더욱 큰 슬픔과 책임감을 느끼며 그의 뜻을 이어 의술 연구에 집중한다. 조정에 들어가 왕을 치료하는 ‘어진(御醫)’으로 활동하며 명성을 얻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도 신분 차별과 권력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허준은 흔들리지 않는다. 의사로서의 사명은 오직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는 백성들이 쉽게 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의학서를 만들고자 한다. 그것이 훗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의학서 ‘동의보감’으로 완성되며, 허준은 비로소 시대를 넘어 기억되는 참된 의인이 된다.
캐릭터 소개 및 매력
허준 – 김주혁
따뜻하고 온화하지만 단단한 신념을 지닌 인물. 차별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의술을 통해 인간다운 삶의 가치를 찾는 그의 여정은 드라마 감동의 중심을 이룬다. 의술보다 ‘사람’을 중시하는 그의 철학은 모든 인물에게 영향을 준다.
유의태 – 배수빈
허준의 스승이자 극 중 가장 묵직한 존재감의 인물. 의술의 본질을 꿰뚫은 명의이며, 허준에게 결정적인 인생의 방향을 제시한다.
그의 죽음은 허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전환점이 된다.
예진 – 박진희
강단 있고 스마트한 여인. 허준의 곁을 지키며 그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인물이다. 조선 시대 여성임에도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말하는 독립적인 캐릭터.
도지한 – 남궁민
허준의 라이벌. 재능과 야심을 모두 지닌 인물이지만 신분과 실력 사이에서 갈등한다. 훗날 허준을 진심으로 인정하며 그의 성장을 돕는 인물로 변화한다.
궁중 내의원 인물들
정치적 계산에 따라 움직이며 의술보다 체면과 권력을 앞세우는 인물들도 많다. 이들과의 갈등은 시대적 한계와 부조리를 드러내며 이야기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명장면 & 명대사
1. 유의태가 허준에게 건네는 말
“의술은 손끝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온다.” 허준의 의술 철학을 관통하는 문장.
2. 허준의 첫 단독 진맥 성공 장면
긴장과 두려움을 넘어서 환자를 정확히 진단하며 의사로서의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3. 서자 차별 속에서도 의술을 지키는 허준
“내가 서자라서 환자가 죽어야 한단 말인가?” 시대를 향한 통렬한 울림.
4. 백성을 치료하며 깨닫는 의사로서의 책임
“사람을 살린다는 건 목숨을 부탁받는 일이다.” 의술의 본질을 재확인하는 장면.
5. 동의보감 완성 장면
허준과 동료들이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완성해가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백성을 위한 의술이 어떤 의미인지 되묻는 명장면.
결론
〈구암 허준〉은 의학 드라마이면서 동시에 인간 드라마이자 역사 드라마다. 단순히 명의 허준의 업적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신분을 뛰어넘어 진정한 의술을 완성하려는 한 인간의 치열한 삶을 보여준다. 특히 ‘의술은 인술’이라는 주제는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현대 의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의사의 마음과 환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가장 근본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허준의 성장 서사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메시지를 준다. 차별·한계·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걷는 것, 그리고 그 길이 결국 누군가의 삶을 살리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 〈구암 허준〉은 단순한 사극이 아니라, 시대를 넘어 인간의 선함과 의술의 정신을 기록한 드라마다. 조용하지만 힘 있고,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 기억되는 작품이다.